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지는 밤이었다. 희게 번뜩이는 천둥이 일순간 세상을 비추자, 유리문 앞에 새카만 그림자가 유령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. 검은 머리카락을 타고 뚝뚝 흐르는 빗물과 터진 입술, 푸르게 퉁퉁 부어오른 뺨이 귀신의 것처럼 음산했다. 신발도 못 신고 뛰쳐나왔는지 꼼질 거리는 발가락이 고스란히 보였고 얇은 옷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 앙상한 몸에 애처롭게 달라붙은 채였다. 저기요,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. 저기요,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. 저 이대로는 죽어요, 제발 좀 살려주세요…. 문을 쿵쿵 두드리는 손은 주름이 자글자글했다. 파출소 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순경은 화들짝 깨어나며 문을 열어젖혔다. 비틀거리던 여인은 그대로 바닥으로 철푸덕 넘어지며 더욱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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